전국의 명산·명당에는 어김없이 사찰이 자리하고 있을 만큼 산은 불교수행의 기본터로 사랑을 받아왔다. 하지만 바다를 터 삼은 임해사찰은 예로부터 우리나라에서 세를 뻗치지 못했고, 그 수도 얼마되지 않는다. 옛 시절 바다는 벽지 중에도 벽지. 사찰이 운영될만한 신도들이 거주하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육식을 하지 않는 스님들에게 있어 바다라는 존재는 그저 호사스런 눈요기로만 여겨진 탓도 있었을 것이다. 이러나 저러나 바닷가 사찰들은 여행지로서 참으로 매력적이다. 특히 대부분의 사찰이 해수욕장 인근에 위치해 있어 잠시 찌든 몸과 마음을 씻어내기에 제격이다. 한국관광공사(www.knto.or.kr/www.visitkorea.or.kr)가 추천하는 '바닷가의 사찰'들을 찾아가 본다. ■낙산사
낙산 주위의 경관은 예로부터 낙산팔경이라 하여 발길이 끊이질 않는다. △낙산사의 저녁 종소리가 으뜸이지만 △설악산에서 바라보는 저녁노을 △광석에서의 한밤중 다듬이 소리 △기동에서 피어오르는 저녁밥 짓는 연기 △망월대 앞 동해 모래사장에 내려앉는 기러기떼 △멀리 망월대 앞 포구로 들어오는 돛단배 △길게 뻗어내린 남대천의 물줄기 △망월대에서 바라보는 가을달의 정취도 이에 못지 않다. 동종·칠층석탑·원통보전·절 담장·사리탑·홍련암 등이 문화재로 지정돼 있으며, 1977년 오봉산 자락 신선봉 정상에 세워진 동양 최대의 해수관음보살상이 낙산사를 굽어보고 있다. 한 손에 중생들의 목을 축일 감로수병을 들고 자애로운 미소를 띄고 있는 관음상은 이른 아침 해돋이나 해질녘 노을에 물들면 더욱 신비롭다. 서울을 비롯해 원주·춘천 등지에서 양양까지 가는 버스가 있다. 또 동서울터미널에서 낙산까지 운행하는 버스를 이용해도 좋다. 자가용을 이용할 경우는 '영동고속도로-강릉-동해고속도로-주문진/속초방향-주문진-7번국도-양양-낙산해수욕장-낙산사' 코스나 '서울-양평-홍천-인제-한계령-양양-낙산' 길을 이용하면 된다. 호텔·콘도·민박 등 숙박시설 외에도 8월20일까지 3개소 3만6400㎡의 야영장을 운영한다. 야영장 이용료는 4000∼8000원, 나머지 기간에는 무료이다. 문의, 낙산도립공원 관리사무소 033-670-2518~9, 672-2701. ■망해사
망해사는 이름 그대로 바다를 바라보는 절이다. 이곳에서는 만경평야의 지평선과 갯벌의 지평선을 모두 볼 수 있다. 언덕 아래 코앞까지 바다가 밀려오는 망해사는 소나무 숲에 둘러싸여 더욱 운치가 있다. 이 곳 해안은 썰물일 때 3~4km씩 갯벌이 드러나기 때문에 저녁 일몰이 더욱 아름답다. 특히 망해사 앞마당에서 바라보는 일몰은 조용한 감동을 준다. 망해사의 규모는 그리 크지 않지만 역사는 꽤 깊다. 백제 의자왕 2년(642년) 부설거사가 사찰을 짓고 수도했으며, 당나라 승려 중도법사가 중창했다. 이어 조선 인조때 진묵대사가 1589년 낙서전(문화재자료 128호)을 건축 증건했으며, 1933년 김정희 화상이 보광전과 칠성각을 건축하고 중수했다. 서울에서 출발할 경우 '호남고속도로-서전주 나들목-김제 방면 716번지방도-김제-29번국도/만경방향-만경종합여중고교-702번지방도 심포항 방면-망해사'길과 '서해안고속도로 서김제 IC-29번국도 만경 방향-만경종합여중고교-702번지방도 심포항 방면-망해사' 코스가 있으며, 대중교통을 이용할 경우는 김제역 시내버스터미널에서 18번(진봉 심포리/거전리 방향)버스를 이용해 망해사 입구에서 하차하면 된다. 주변관광지로는 애국지사 곽경렬 선생 추모비와 낙서전(지방문화재 자료 128호) 등이 있다. 문의, 망해사관리사무소 063-543-3187. ■간월암
하루 2번씩 밀려오는 밀물 때는 물이 차 섬이 됐다가 썰물 때 물이 빠져 육지와 연결되는 간월암은 바다에 떠 있는 모습이 구름 속에 피어난 연꽃처럼 아름답다. 출가해 이곳에서 도를 깨쳤던 무학대사가 고려말 암자를 처음 짓고 '무학사'라 불렀으며, 그 뒤 퇴락한 절터에 만공대사가 1941년 새로 절을 지어 간월암이라 했다. 주변에 서산방조제·부석사·몽산포해수욕장·백사장해수욕장·삼봉해수욕장 등 관광지가 많아 패키지로 즐기기에 더없이 좋다. 특히 무학대사가 태조 이성계에게 보내 궁중의 진상품이 된 '어리굴젓'의 맛은 즐거움을 배가시키기에 충분하다. 서울에서 '서해안고속도로를 따라 가다가 홍성나들목-서산 A지구 방조제-간월암' 코스나 '천안-홍성-29번국도-갈산면사무소-서산 A지구 방조제-간월암'편을 이용하면 된다. 대중교통을 이용하고자 할 경우는 서산에서 간월암까지 운행하는 시내버스를 타면 된다. 문의, 간월암관리소(041-664-6624)/서산시청 문화공보담당관실(041-660-2224). ■등명락가사
신라 선덕여왕 때 자장율사가 처음 '수다사'라는 이름으로 창건했으며, 고려 때 중창돼 많은 스님들이 수도 정진한 사찰. 조선 초기 숭유억불정책으로 인해 한때 폐사되기도 했으나, 1957년 '낙가사'란 이름으로 암자를 짓고 1980년에 중창불사를 시작, 등명락가사라 부르게 됐다. 전설에는 임금의 눈에 안질이 생겨 점술가에게 물어보니, 정동에 있는 큰절에서 나온 쌀뜨물이 동해로 흘러 용왕이 노해 안질을 앓게 되었다고 하자 왕명으로 사찰을 폐사시켰다는 말이 전해 내려온다. 또 조선 초기 정동에 있는 '등명'의 불을 끄면 불교가 망한다는 유생들의 상소에 의해 폐사됐다고도 전해진다. 경내에는 등명사와 함께 세워진 것으로 추측되는 등명사 5층석탑이 연화무늬 기단 위에 우뚝 서 현재까지 보존되고 있으며, 대웅전·극락전·오백나한전 등이 어우러져 있다. 관광객들의 시선을 붙잡는 것은 역시 나한전의 고려청자 오백나한상. 인간문화재 유근형 옹이 만든 청자 나한상은 세계적으로도 보기 힘든 것으로 저마다 다른 생생한 표정으로 여행객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절 입구 약수터에서 나오는 '등명감로약수'는 신비의 약수로 알려져 있는데, 철분이 포함돼 있어 마시면 빈혈증·신경쇠약·부인병·성인병 등에 좋고, 목욕을 할 경우 만성피부염·무좀·류머티스 신경통 등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등명락가사 관람을 끝낸 이후 꼭 한번 들러봐야 할 코스가 있다. 등명해수욕장이 그곳이다. 동해안 해수욕장 중에서 조용하게 피서와 낚시를 즐길 수 있는 곳으로 600여m의 백사장과 기암절벽·소나무 숲 등이 함께 어우러져 기묘한 조화를 이룬다. 가자미·황어·망상어 등 갖가지 활어를 낚시로 걷어올리는 재미도 쏠쏠하다. 강릉에서 등명락가사까지 시내버스가 30분 간격으로 운행되고 있으며, 야영도 가능하다. 자가용을 이용할 '강릉IC-안인-정동진-등명락가사' 코스를 이용하면 된다. 문의, 강릉시 종합관광안내소(033-640-4414, 4531). ■향일암
향일암(문화재자료 제40호)은 백제 의자왕 4년(644)에 신라의 원효대사가 창건해 최초 '원통암'이라 불렀으며, 고려 광종 9년(958)에는 윤필대사가 금오암으로, 조선 숙종 41년(1715년)에 인묵대사가 '향일암'이라 개칭했다. 임진왜란 당시에는 충무공을 도와 싸웠던 승려군의 근거지이기도 하다. 주차장에서 향일암까지는 걸어서 15분 정도. 뚱뚱한 사람은 지나갈 수도 없을 듯 비좁은 바위 틈새를 두번이나 비집고 지나야 비로소 향일암 마당에 들어설 수 있다. 남해에서 금산 보리암과 더불어 2대 관음기도처로 이름 높고 일출이 아름답기로도 유명하다. 절마당에서 바라보는 일출은 '감동' 그 자체이다. 향일암에서 일출을 보기 위한 최고의 포인트는 대웅전 앞마당. 향일암은 모든 건물들이 해가 뜨는 정동쪽을 바라보고 있어 건물 주변 어디에서나 멋있는 일출을 볼 수 있다. 향일암 주변에는 동백이 지천이다. 향일암 입구 임포에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동백나무가 있고, 돌산대교에서 향일암에 이르는 길은 가로수를 동백으로 조성해 놓아 마치 섬 전체가 동백에 휩싸인 듯하다. 20∼30분 거리에 있는 오동도·방죽포해수욕장·무술목·진남관도 빼놓을 수 없는 관광코스. 서울과 부산·대전·대구·광주 등지에서 여수로 가는 버스가 있다. 서울의 경우 소요시간은 6시간 전후. 또 버스가 싫으면 서울에서 여수까지 가는 기차를 타면 된다. 특히 고속철도를 이용한 여행은 색다른 재미를 제공한다. 자가용을 이용할 경우는 '남해안고속도로-광양 또는 순천IC-여수-돌산대교-돌산도-임포항-향일암' 코스나 '곡성/보성-벌교-여수-순천-여수-돌산대교-돌산도' 코스를 이용하면 된다. 문의, 향일암(061-644-4742)/매표소(061-644-0309) ■보리암
경남 남해군 상주면 상주리 금산의 정상에 자리잡고 있는 보리암에는 두가지 설화가 전해진다. 인도 중부 아유타국 허황옥 공주가 가락국 김수로왕과 혼인하기 위해 바다를 건너올 때 이를 수행한 공주의 삼촌 '장유선사'가 보리암을 세웠다는 설화와 원효대사가 이곳에 초옥을 짓고 수행하다 산이 마치 빛을 발산하는 듯해 '보광사'라 이름 붙였다는 전설이 있다.
부산 기장군 기장읍 시랑리에 위치한 해동용궁사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바다와 용, 그리고 관음보살이 조화롭게 어우러져 있다.
풍광을 찬탄한 춘원 이광수의 시비와 '청산은 나를 보고 말 없이 살라하고 창공은 나를 보고 티없이 살라하네'라고 노래한 나옹화상의 시귀는 잠시나마 나 자신을 뒤돌아보게 한다.
왼쪽으로는 백호바위에 약사여래석불이 모셔져 있고, 조금만 더 가면 해가 제일 먼저 뜨는 일출암이 자리하고 있다. 경내에는 부처님 진신사리탑이 있고, 그 뒤로 여의주를 물고 금방 승천할 듯 꿈틀거리는 용상이 놓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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