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의 침체에도 불구하고 부산, 울산, 대전 등 지방 대도시의 전세·매매 가격이 급등한 원인은 세 차례의 금리인상에다 DTI 규제 부활로 인한 거래감소, 집값 상승 기대감 상실로 인한 전세 쏠림현상, 정부 정책의 효과 미흡, 보금자리주택 공급 여파 등 여러 요인 때문으로 분석된다. 지방 대도시의 매매·전세가격 급등 이유는 2007년 이후 신규 공급 중단으로 인한 수급 불균형과 2005년 이후 집값의 하락폭이 상대적으로 컸던 탓으로 풀이된다.
‘선(先) 수도권 상승, 후(後) 지방 상승’이라는 과거의 부동산 상승 패턴이 깨지고, 지역별로 온도차가 극심한 양극화·불균형시장이 출현함으로써, 부동산시장은 조만간 새로운 방향성을 찾아야 할 기로에 놓여 있다. 그렇다면 올 하반기 부동산시장은 어떻게 바뀔까.
결론부터 말하면 전세 가격 비율의 지속적 상승과 정부의 적극적 규제 완화 정책, 주택의 수급 관계를 감안할 때, 올 하반기 부동산시장은 새 전환점을 맞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추가 금리인상 등 악재에도 불구하고 실수요자 중심으로 매수 심리가 다소 살아나면서 매매시세 강보합, 전세시세 4~5% 상승이라는 쌍끌이 장세가 유력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 이유는 뭘까.
매매·전세가 비율, 서울 47%
우선 작년 하반기 이후 지속된 전셋값 상승으로 인해 지난 5월 말 기준으로 매매 대비 전세가격 비율은 서울 47%, 수도권 49.7%, 전국 60%에 도달했다. 과거에는 전세가격 비율이 50~60%를 넘을 경우, 전셋값 급등에 불안감을 느낀 세입자가 매입 수요로 전환되는 사례가 많았다. 둘째, 최근 정부가 분양가 상한제 폐지, 분양권 전매제한 기간의 단축, 재건축 개발이익 환수제의 수정 등 규제 완화를 적극 추진함에 따라 부동산시장이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점쳐진다. 셋째, 올 상반기 입주 물량은 약9만6000가구로 전년 동기 대비 약 33.9% 감소한 데다 하반기의 감소폭이 더욱 커 심각한 공급부족이 예상된다.
이에 따라 올 하반기는 집값의 상승 압력이 높아질 것이다. 다만 가계부채 문제로 인한 주택담보금융의 강화, 추가금리 인상 등 하락요인도 많아서 집값 상승 폭은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된다. 단기 전망뿐만 아니라 내년 이후의 중장기 주택 전망은 비교적 밝은 편이다. 주택경기 예측 기법인 벌집모형이론(Honeycomb Cycle Model)에 따르면 주택경기는 2001년 하반기~2006년 말까지의 대상승과 2007~2010년까지의 장기 하락 조정을 거쳐 현재 회복기 초기국면에 진입한 것으로 추정된다. 거래량과 가격변수의 움직임으로 살펴볼 때, 2010년 8월 내지 10월경에 일단 저점을 찍은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벌집모형에 의한 주택경기는 7~12년 주기로 상승과 하락을 반복하는 점으로 보아 2011년에 상승 사이클이 나타날 경우 적어도 2013년까지 지속될 확률이 높다. 그렇다면 올 하반기 새로운 투자전략은 어떻게 짜야 할까.
서울 도심·강남·영등포 주목을
주택 경기 사이클을 살펴볼 때, 올 하반기는 매도보다는 매수를 고려해야 할 때로 보인다. 최근 들어 금리 부담을 이기지 못한 급매물, 실망매물이 다수 출시되는 등 시장은 공급우위, 수요자 중심으로 더욱 위축되고 있다. 6월 이후 비수기와 장마철이 겹치면서 매수자 실종 현상이 나타나 집값 하락폭은 더욱 커지는 양상이다. 하지만 이런 현상은 오래가지 않을 것 같다. 왜냐하면 주택 경기는 통상 1년에 2차례(2~3월, 8~9월)의 성수기와 2차례(5~6월, 11~12월)의 비수기가 존재하므로 가을 이사철이 개시되는 7월 중순 이후 시장 상황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실수요자라면, 비수기의 급매물을 노릴 경우 시세보다 5% 저렴한 저가 매수가 가능하다. 경매나 공매를 통해 매수하는 방법도 권할 만하다. 그렇다면 미래의 유망지역은 어디일까.
부동산 투자는 지역선택이 가장 중요하다. 인구증가, 소득증가와 더불어 인프라스트럭처(SOC)가 증가하는 대도시와 수도권 지역이 비교적 유망하다. 대도시 중에서는 부산·대전·울산이, 그리고 수도권 중에서는 성남·용인·수원·남양주·김포·평택 등 남부지역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서울시의 2030도시기본계획안에 따르면 도심과 함께 3핵으로 격상된 강남·영등포 지역과 3부핵으로 부상한 청량리·왕십리 일대 그리고 거점지역 중에서는 잠실·천호·강동·사당·목동·군자·신상봉·연신내·불광동 일대가 발전 가능성이 높다. 역세권 중에서는 신사역·삼릉공원역·강남구청역·남부터미널역·석촌역·천호역·신당역·약수역·구의역·청구역·사당역 등의 지역이 더블 역세권(지하철·버스 환승이 교차되는 지역) 개발효과가 클 전망이다.
추가 금리인상 가능성에 대비해야
마땅한 대상 부동산을 살피기 위해 우선적으로 따져봐야 할 요소로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다. 첫째, 단독주택과 단독주택지의 인기는 상한가를 달리고 있다. 대도시와 수도권의 경우 도심권 단독주택과 택지개발지구의 단독주택지에 대한 수요는 도시형 생활주택용지 수요 등으로 점증하고 있다. 또한 50대 이상의 은퇴계층을 중심으로 도심 근교의 친환경, 생태주택에 대한 관심증가로 제2경부고속도로 예정지(하남·광주·용인·안성·이천), 해안가 등의 토지에 투자하는 것도 관심을 가질 만하다.
둘째, 도시형 생활주택, 원룸주택, 소형오피스텔, 단지 내 상가 등 소위 ‘수익형 부동산’은 도심권으로의 인구 증가, 직주근접시장, 1~2인 가구 증가, 소득 양극화, 600조원이 넘는 풍부한 유동성 등을 바탕으로 투자자의 발길을 계속 끌어당길 전망이다.
셋째, 특별청약자격요건을 갖춘 무주택자는 보금자리주택을, 어느 정도 자금력을 갖춘 청약통장 보유자는 분양가 상한제 아파트를, 중산층 이하의 무주택자는 시프트(장기 전세 아파트)를 각각 공략하는 전략이 괜찮아 보인다. 청약통장도, 특별청약자격도 없고 전세금만 달랑 보유한 전세입자라면 도심역세권의 소형다세대, 연립주택 등 빌라 투자가 제격이다. 이밖에 재건축은 분양가 상한제 폐지,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 수정 등 각종 규제완화 정책이 추진되고, 가격도 바닥권에 근접해 현 단계에서는 처분보다는 보유하는 전략을 펴는 것이 낫다.
끝으로 하반기 투자 시 주의할 점은 무엇보다 추가금리의 인상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 주택은 급등여력이 크지 않은 만큼, 대출금을 집값의 30~40% 이내로 한정하고 시세차익 목적보다는 장기적인 실거주 혹은 월세수익 목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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