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세가 요즘 무슨 의미가 있나요. 거래되는 금액이 시세인데. 거래 자체가 안되니 그냥 '급매물'로만 표기해놓은 거에요. 그럼 가격 문의하러 들어오기라도 하니"

서울 마포구 공덕동에 있는 H 공인중개소는 최근 유리벽에 붙여놨던 매물 전단지의 시세 표기를 모두 없앴다. 아무리 가격을 낮춰도 문의하러 오는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서 울 강북구 미아동에 있는 한 중개업소도 최근 전단지를 모두 가격표기 없는 것으로 교체했다. '상담요망'으로 대신 표시했다. 해당 중개업소 관계자는 "돈이 급한 집주인이 계속해서 빨리 좀 팔아달라며 가격을 내리는데 전단지 바꾸는 것도 힘들어서 아예 가격 표기를 없애 버렸다"고 말했다.

◆ 사라지는 시세표…"거래되는 금액이 시세"

공인중개업소에서 시세표가 사라지고 있다. 취득세 감면 종료로 주택 거래가 실종된 것이 원인이다. 사실상 거래되는 금액이 시세인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서 울의 경우 7월 주택 거래량은 지난 달의 9분의 1 수준으로 급감했다. 서울 부동산 정보광장에 따르면 7월 주택 거래량은 18일 현재 937건이다. 작년 7월에는 총 2783건이 거래됐었다. 취득세 감면 혜택 종료로 거래가 몰린 지난달은 9027건이었다.

거래량이 줄어드니 가격이 내리는 것은 당연지사.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전국 아파트 값은 2주 연속 하락했다. 수도권은 7주 연속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다.

서 울 마포구 공덕동 인근 아파트들의 경우 최근 한달 새 많게는 2000만원 정도 가격이 빠졌다. 마포구 공덕3삼성래미안 84㎡의 경우 6억5000만원에서 거래됐는데 최근에는 급매물로 6억4000만원에 물건이 나오고 있다. 잠실동 '잠실주공 5단지' 전용면적 74㎡형은 이달 들어 9억원으로 2달 새 1억원 가량 하락했다. 개포주공 1단지 전용 41㎡형은 이달 들어 6억원으로 9000만원 가량 내렸다.

양천구 H부동산 관계자는 "취득세가 1%일때도 거래가 안됐는데 2%인 상황에서 거래가 안되는거야 당연한 것 아니냐"고 되물었다. 마포구 한 부동산관계자는 "4·1 대책 이후 급매물 거래로 올랐던 호가가 다시 빠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현아 건설경제연구실장은 "주택 수요는 한정돼 있는데 취득세 감면과 같은 대책으로 미리 당겨서 쓰다 보니 거래 절벽 현상이 발생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며 "당분간 침체가 깊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 국토부 "추가 대책은 없어"…침체 이어질 듯

매 매 시장 상황이 악화되고 있지만 국토교통부는 추가 대책은 없다고 못을 박았다. 일각에서는 현재 2%, 연말 이후 4%로 환원되는 취득세율을 영구적으로 1%로 줄이는 방안을 비롯해 추가 대책을 정부가 내놓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기도 했었다.

18일 국토부는 자료를 통해 "취득세 감면 종료 이후 거래량, 가격, 수급상황 등 전반적인 주택시장 상황을 면밀하게 모니터링하고 있다"며 "(하지만) 4·1 대책의 실효성을 높일 수 있는 세부 실행 방안은 지속적으로 마련·시행해 나갈 예정이지만 4·1 대책 외에 별도의 추가적인 대책을 검토해 발표할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국토부가 대책을 내놓지 않겠다고 밝힌 배경에는 추가 대책이 나오더라도 효과가 그리 크지 않을 것이란 분석도 깔려 있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김현아 실장은 "수요자들이 이제는 취득세 감면을 혜택이라고 보지 않고 당연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정부의 세제 개편 대책이 큰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며 "대책이 나오는 주기가 점점 짧아지는 점은 문제"라고 말했다.

함영진 부동산114 센터장은 "국토부가 지금 당장 쓸 수 있는 카드가 많지 않다"며 "세제 개편의 경우에도 안행부나 기재부의 역할이 큰 상황이기 때문에 추가 대책과 관련해 어려운 부분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도원 기자 theon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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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부동산에 미친 사람들의 모임
글쓴이 : 카카오!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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